나만 호갱될 수 없음

이유식 정체기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

우슬라 2022. 10.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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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통잠을 자지 않는 신생아 때는 이것 보다 힘든 육아는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모유수유를 시작한 이 후로부터는 모유수유 보다 힘든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유수유를 한창할 때에는 이 보다 힘든 것은 없겠지 싶었지만 그것 보다 힘든게 있더라고요. 바로 인생 7개월차를 진행중이신 장버피의 이유식입니다.

 

사실 초기 이유식 때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워낙 식성이 좋고 뭐든 입에 넣는걸 즐기는 구강기 시절이라 잘 먹을 땐 초기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먹을 땐 120ml를 먹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기이유식에 들어오고 아기는 달라집니다. 음식투정을 시작하고, 수저를 직접 잡으려고 하며, 심할 땐 뒤로 몸을 뒤틀고 버팅기며 오열합니다. 네, 축하드립니다. 바로 이유식 정체기에 당첨되셨습니다.

 

우선 저의 이유식 정체기의 극복기를 설명하기 전, 상황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토핑 이유식

보시다시피 큐브형태로 갖은 재료를 준비하여 토핑형태로 주는, 토핑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토핑이유식의 장점이 확고했기 때문에 저 또한 다른 엄마들 처럼 토핑이유식을 당연하게 시작했죠. 토핑이유식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음이나 죽처럼 섞지 않고 그릇 안에 분리하여 주기 때문에 각각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2. 각각의 재료를 따로 음미할 수 있어 두뇌발달에 좋다
3. 매 끼니 다르게 이유식을 준비하는 즐거움

저도 초기이유식 한 달은 행복했습니다.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제가 요리의 재미를 깨달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시작된다. 이유식 정체기.

이유식 정체기를 맞이한 장벞 쎈세이

우리의 장벞쎈세이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이유식 정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모든 육아가 그렇듯이 이 놈의 정체기는 불현듯 찾아왔어요. 점진적 이딴 거 없습니다. 오전까지 120ml 먹단 아이가 저녁에 20ml를 먹고 이틀 연속으로 시원찮게 먹습니다. 양이 확 줄어요. 우는 속도도 빨라지고 의자에 앉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이유식 정체기의 반응 모음

이유식 정체기가 왔을 때 우리 장벞 쎈세이의 반응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평소에 20분 이상을 버티던 아이가 5분 이상을 의자에 앉지 못함
2. 허리에 힘을 주며 버팅기고 나가려고 함
3. 수저를 보면 달려들며 잡으려 하는 정도가 심해짐
4. 음식을 손으로 잡고 집어 던짐
5. 숟거락을 가져다 대면 입을 다문채 잘 열지 않음
6. 먹지 않고 뱉음
7. 갑자기 분유 혹은 모유양이 늘어남

꿀 같았던 이유식이 갑자기 재앙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겨우겨우 초기 이유식 이겨냈더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더라고요.. 역시 육아는 산넘어 산이구나를 깨달았죠.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자기주도이유식

자기주도이유식은 말 그대로 '자기'가 스스로 '주도해서' 먹는 이유식입니다. 엄마가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쥐어서 먹어보는거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자기 장난감도 겨우 집는 아이가 어떻게 손으로 집어 먹어?

 

그러다 생각을 바꿨습니다. 음식을 주는대로 안받고 손으로 쥐려고하고 숟가락도 뺏어서 저리 잘 잡으면 우리 아기, 못할 것도 없겠는데..?

그리고 자기주도이유식의 장점도 명확했습니다. '소근육 발달' 이건 확실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시험삼아 아래와 같은 '핑거푸드'를 만들어서 먹여보았어요. 식판도 없으니 집에 남는 접시를 활용해서 줘보았죠.

 

 

 

자기주도이유식을 위해 처음 만들어본 핑거푸드

별거 없었습니다. 브로콜리 물에 데치고, 고구마를 살짝 으깨 완자처럼 만들어 각종 재료와 섞고, 초중기 이유식 때 가장 좋아했던 애호박을 스틱으로 만들어주었죠. 혹시 몰라서 목에 걸릴 것을 대비해 모두 '과할 정도로' 푸욱 익혀주었습니다. 중요합니다. 아기들은 잇몸과 혀로 으깨기 때문에 정말로 '과할 정도로' 푹 익혀주어야합니다.

 

 

 

결과는? 엄청난 양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밥이었습니다. 완벽하게 비워냈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완벽한 식사시간이었어요. 아기는 정말 스스로 큰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 주도하에 이유식을, 식사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브로콜리 가루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자기 입에 제대로 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식사 치고는 굉장히 잘해냈습니다.

 

확실한 건 4가지 였어요.

 

1.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

2. 아이가 울지 않는다

3. 기존 음식들 보다 많이 먹는다.

4. 훨씬 더 고형식의 음식을 빨리 섭취했다.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저는 바로 핑거푸드를 활용한 자기주도이유식을 시작합니다.

 

 

 

핑거푸드로 만든 자기주도이유식 모음

처음으로 작정하고 먹여본 자기주도이유식입니다. 역시 달달구리한걸 아기도 좋아하나봅니다. 애호박과 고구마를 좋아했고, 브로콜리는 첫날과 둘째날까지는 맛있게 잘 먹어줬어요. 다소 아쉬웠던 건 브로콜리는 정 - 말 많이 데쳐도 줄기 부분이 굉장히 억세서 목에 걸리기 쉽더라고요. 여러분은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열심히 기분좋게, 인증샷도 이쁘게 남겼는데 버피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좀 회고해보았는데요,

 

1. 브로콜리의 양과 빈도수가 너무 높아서 지겨워짐

2. 고구마를 경단형식으로 만들지 않아 잡기 힘듦

3. 상대적으로 치즈가 적게 들어가 있어서 입맛에 잘 맞지 않은듯..

 

뭐,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겠지 싶어서 열심히 넘어갔습니다. 육아를 하는데 있어 이유식은 장기전이니까요.

 

 

 

이 날은 느낀 바가 많아 인스타그램에도 정리를 해두었는데, 혹시 다른 분들의 이유식 식단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남겨봅니다.

 

🥬 데친 알배추
ㅡ 배추가 너모 비싸서 알배추 사봤는디 잘 머금. 은근히 벞이가 달달구리를 조아해서 기대했눈디 다행이당. 
ㅡ 갈아서 줄까하다가 손으로 길게 잡아서 입으로 촵촵 먹으면 성취감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성취감은 좀 오바고 어찌저찌 머금

🥒 푹 삶은 애호박
ㅡ 쭈욱 최애. 단 너무 푹 삶아서 손에 잡으면 부숴지는디.. 이게 고민이균..

🍠🥩 고구마랑 소고기랑 비트 쪼끔이랑
ㅡ 동그라미로 주면 손바닥에 가려서 못먹고 길게 늘어뜨려주면 손으로 잡을 수 있는건지 이해를 못하길래 애호박 처럼 맹글었더니 효과가 있음
ㅡ 양이 저게 적절한지 모루개씀..

🍒 잘한 거
ㅡ 고구마 때문인지 목이 맥힐 때 즈음 빨대컵을 주니까 엄청 열심히 먹음. 그 동안 빼애 하고 울었던게 이것 때문이었나시픔. 이게 해결책이길 기도해본당. 
ㅡ 음식 몸땡이에 묻지말라고 긴팔의 턱받이를 입혔는데 이게 혹시나 더웠나? 싶어서 벗겻더니 덜 울음. 낼 장벞 다 벗기고 맥인당

🍄 아쉬운 거
ㅡ 아직도 빡침을 잘 못참음. 낼은 좀 더 웃으면서 줘야지 ^__________^...

 

 

 

🥕 당근
ㅡ 잡고 먹는게 즐거운듯 잘 먹음. 한 번 또 먹어야개따!

🍓 기억할 것
ㅡ 다 먹으니 약 50g 나옴. 벞이가 쫌 찡찡거리긴 했지만 질감만 잘 맞으면 더 먹었을 것 같음. 담엔 좀 더 안 부숴지게 만들고 마니 줘야겠당.
ㅡ 야채고기는 버무리면 되니까 쉬운데 밥은 어케 줘야 쥐고 잘 먹을지 고민 중.. 미음 권태기를 이겨낼 방법이 잘 안떠오른당 🤔

 

 

 

🤔 고민(이라 쓰고 왠지 자랑글인 것 같은 넊임)
- 장벞쎈세이가 치즈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감이 잘 안온다. 하지만 결국 다 먹긴 함.
- #핑거푸드 를 통해 #자기주도이유식 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양이 장벞이 배부른 양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7개월차 아가의 인생 치고는 꽤 많이 준다고 생각이 드는데 식판을 싹 다 비우고 또 남은 재료를 더 주면 계속 먹음.
- 아마, 쌀미음을 먹지 않고 거부해서 양이 부족한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음부턴 그냥 #중기이유식 프로세스 포기하고 그냥 바로 쌀미음 대신에 주먹밥 형식으로 탄수화물을 챙겨주는게 어떨까 고민 중. 그래도 된다 느낄 정도로 장벞은 잇몸으로 열심히 씹고 있고, 많이 흘리고 있지만 그래도 손바닥의 위치를 확인한 뒤 입으로 가져가는게 습관이 되었다. 먹으면서 손바닥 볼 때.. 감동이어따, 아들ㅠㅜ 

👋 잘한 점
- 이쯤되면 물이 땡길텐데..? 하고 빨대를 보여주면 손을 뻗는다. 그리곤 맛있게 물을 섭취해주시고 다시 식판에 집중한다. 오늘 뭔가 이 타이밍에 장벞 쎈세이랑 처음으로 교감+커뮤니케이션 성공한 것 같아서 감동이었음..
- 고구마 먹을 때 김치가 와방이라는 소리를 듣고(정작 나는 못먹어봤지만) 고구마 소고기 스틱을 많이 먹었을 때 알배추무침을 추는데 꽤나 흡족해하는걸 보고 뿌듯했다. 시켜줘.. 벞쎈세이 명예솊 

🫢 아쉬운 점
- 깜빡하고 장을 못봄^^.. 편의점 야채는 맘이 안 놓이고, 쿠팡은 양이 너무 많아서 그냥 야채가게에서 적당히 싼 가격에 사오는게 맘이 편한데.. #이유식 남은 양을 체크하지 못해따. 담엔 미리미리 신선한 재료 잘 사둬야딩!

 

 

 

자기주도이유식의 단점

단점은 명확합니다. 집안이 그리고 식탁이 난리판이됩니다.

 

 

 

이런 모습은 그냥 예삿일이 아니고요. 특히 초기일수록 난리가 납니다. 방바닥부터 테이블, 의자 아이의 얼굴 뿐만 아니라 목 주변과 손가락 사이사이, 옷도 그냥 죄다 갈아입히고 기저귀도 기름기에 묻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항상 갈아줍니다.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엄마가 다시 봐줘야 하죠. 그냥 앉아서 조용히 먹는 일반적인 이유식 보다 차이가 월등히 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주도이유식을 진행중입니다.

 

 

 

자기주도이유식을 하는 이유, 내가 행복하니까.

인생 7개월차 버피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육아 7개월차 초보엄마는 그래도 표정을 읽을 수 있어요. 확실히 수저를 잡으려고 싸우고 엄마랑 아웅다웅하는 그 전 이유식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기는 스스로의 손을 관찰하고 손에 묻은 것을 먹으며 손의 위치와 입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엄마는 그저 바라보며 조금씩 흐르는 것을 치우거나, 물을 주는 타이밍만 잘 맞출 뿐 이에요. 맞아요, 물론 이유식을 먹이는 중간 마다 더러워지는 옷과 바닥과 아기의 몸뚱이가 안타깝겠죠. 거의 촉감놀이를 하루에 3번씩 하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아기가 흘리는 양이 줄어들고 점점 양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며, 소근육 발달과 정확도가 높아지는 걸 확인하면 이만한 행복이 또 없어요. 물론 말이 자기주도이유식이지.. 언제 또 스스로 수저로 먹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 확실히 알 수 있는건 하나 있어요.

 

저는 지금 이유식 시간이 행복해요.

그리고 아이는 다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져요.

잠도 잘 자고요.

 

저는 이걸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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