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버피를 낳고 "엄마는 코로나 시대 때 코로나 안걸렸어?"라고 물어볼 버피에게 전하기 위해 기록하는 일지.
"엄마가 이겨낸게 아니라 버피가 뱃속에서 이렇게 힘든 순간에도 잘 이겨내준거야." 라고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기 위해.
12월 13일 월요일 코로나 확진 0일차 : 설마 코로나겠어..?
- 10시 20분 사무실 출근.
- 점심도 사내식당에서 맛있게 먹음. 입맛도 좋았고, 컨디션도 엄청 좋았음.
- 갑자기. 정말 예고치 않게 갑자기.. 15시 경 무력감이 느껴지고 집중력이 바닥이 됨.
- 업무를 도저히 할 수 없다 판단했음, 혹시나 코로나인가? 싶어서 회사 열감지 카메라에 몇 번이고 확인했으나 36도로 정상체온.
- '아, 그럼 그냥 컨디션 난조인가보다' 싶어서 내과와 이비인후과에 전화했으나 "임산부는 오셔도 저희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요"라고 전달받아 회사 근처에 임신 초기 때 다녔던 산부인과를 감.
- 회사에서 산부인과까지 5분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걸어가다 쓰러질 것 같아 쓰러지면 119 부르려고 폰도 열심히 붙잡고 감.
- 산부인과 들어가기 전에 열감지 체온 재봄 (산부인과가서 다른 임산부에게 피해 끼치긴 싫어서 체온을 계속 잼) 역시나 36도
- 인포에 말씀드리고 체중 재고, 혈압재는 중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체온을 쟀는데 표정이 굳으심.
- "아, 이거 또 체온계가 고장인가봐요.. 다시 쉬었다가 해볼게요."
- "점퍼 벗어보시겠어요?"
- "아.. 산모님이 더우셔서 그러실 수 있어요."
- 그러면서 한 8번을 쟀는데 모두 38도 이상으로 나옴.
- 산부인과 간호사 선생님 말씀 :
- "임산부는 38도 이상이면 태아 산모 모두에게 위험한 고열이에요.. 우선 약국가서 타이레놀 2알 빨리 드시고, 코로나 검사부터 받고 오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타이레놀 2알 먹고 정신이 아주 조금 돌아옴.
- 회사에 말하고 조퇴 후 바로 선별진료소로 가려고 했으나 대기 시간이 1.5시간이고, 줄이 워낙 길어 밖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줄을 설 자신이 없었음.
- 우선 귀가 후 아침 일찍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함.
- why : 산부인과 간호사샘이 말씀해주시길 코로나 검사 이 외 고열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이로 인해 급한 치료를 받아야할 수 있으니 큰병원 방문을 추천해주심.
- 집 가자마자 쉬고 누우면 괜찮아질줄 알았지만 23시 즈음 부터 38도 이상으로 열이 치솟음.
- "오빠.. 안될 것 같아.. 나 응급실 갈래.."
- 남편과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센터로 이동.
- 총 4가지 검사를 진행함.
- 코로나 검사 진행 전 엑스레이로 폐를 찍음 (폐렴기가 있는지 확인) 임산부는 엑스레이 안좋다고 들었으나 29주는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차폐로 배를 덮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음.
- 코로나 검사 진행
- 소변검사 진행 (임산부 염증으로 인한 고열일 수도 있어서? 라고 검사했다고 들음)
- 혈액검사 진행 (..? 이건 왜 했는지 기억이 가물..)
- 응급실 베드에 누워 수액과 진통제(임산부에게 무해한) 맞고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누움. 무슨 진통제인지 모르겠으나 엄청 좋아짐.
- 아, 그리고 응급실 베드 뒷석에 약물 오용? 했던 정신질환 있어보이는 환자 있었는데.. 이 분 때문에 자가격리는 센터가 아니라 재택으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음.. 이건 나중에 따로 기록.
- 의사샘이 부르셔서 확인해보니 요도 감염도 아니고, 혈액도 정상이고, 폐도 정상. 아마 감기바이러스로 예상한다 함. 그게 혹시 그럼 코로나일 수 있냐고 여쭤보니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내일 아침에 전화를 기다리라고 함.
- 집에 귀가. 수시로 열을 재며, 잠은 푹 잘 잠. (사실 그래서 코로나 안걸릴줄 알았음)
- 아, 궁금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서 이 날 응급실 결제액은 233,850원 나옴 (코로나 검사비 포함)
12월 14일 화요일 코로나 확진 1일차 : 설마가 사람잡음
- 아침 7시 즈음 병원에서 전화가 옴. 확정은 아닌데, 코로나 키트에 임산부님 양성의 기미가 보인다고 미리 전화주심. 확실해지면 아마 오늘 오전 중 보건소에서 전화가 올테니 남편이나 나나 둘 다 회사 출근 하지 말라고 전달 받음.
- 근디, 이거 좀 남편이랑 당황스러웠던게.. 확정은 아닌데 양성의 기미가 보인다고? 이게 뭔말인지 모르고 둘 다 비몽사몽이라 우선 보건소의 최종통보 전화를 기다리기로 함.
- 오전 중 보건소에서 확진 전화 받음. 안내 받기 시작함.
- 남편은 그 날 아침 바로 코로나 검사하러 감 (빨리 검사받길 잘 한 것 같다.. 결국 남편도 확진..)
- 역학조사 및 자가격리 관련 안내 받음. 자가격리센터로 갈지, 재택 자가격리를 할지 고민했다가 재택으로 결정
- 재택 자가격리를 선택한 이유 :
- 1. 센터가서 각혈하고 호흡기하고 있는 환자들보면서 멘붕왔다는 후기가 무서웠고,
- 2. 화요일 오전만 하더라도 응급실에서의 진통제 뽕에 취해 나는 다른 사람 대비 코로나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함.
- 3. 집에 있는게 더 편하고 옆에 남편이 있어야 맘이 놓일 것 같았음
- 4. 무엇보다도 센터에 자리가 없어서 가더라도 어차피 3-4일 뒤에나 갈 수 있고 병원에서 매일 진단 전화준다고 하고
- 5. 증세가 심해질 경우, 바로 119 호출을 통해 진료가 가능하다고 전달받았기에 넘김
- 여기서부터는 코로나 대환장 파티
- 코로나 확진 1일차, 오전 7시 56분 37.6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체온이었으나,
- 두 시간 뒤 38도를 찍어 타이레놀 2개 먹음 (why. 타이레놀은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약이고(단, 하루 6알까지만) 고열로 인해 양수가 뜨거워져서 태아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열은 무조건 피해야 함)
- 13시 경 낮잠자고 일어났더니 39.1도를 찍음 (심각함)
- 두통 + 온 몸 근육통 + 의사표현도 안되고 + 한 마리의 오징어가 된 기분
- 특히 허리가 진짜 많이 아팠는데 너무 애리고 저려서 척추만 뽑은 뒤 아프게 하는 부분을 탁탁 털어 내고 다시 몸 속에 넣고 싶었음
- 무릎 두 쪽도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사이클 대회하는 경기장에 내 두 다리 올려놓고 자전거 100대가 내 무릎위만 최고속도로 달리며 즈려밟는 느낌.
- 오후 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39도, 38도를 왔다 갔다 함.
-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고, 사실 이 때 기억이 잘.. 안남.. 걍 누워서 눈만 붙이고 이 시간이 빨리 가길 기도했던 것 같음.
- 코로나 고열일 때 팁2!!!!! <거의 이거 때문에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무방함
- 첫번째!!!! 대부분 냉찜질을 이마에 하는데 나는 이마 보다 [ 가슴골 / 가슴과 배 사이 ] 냉찜질이 진짜 효과 와방이었음..
- 내 심장에 흐르는 피가 좀 더 차갑더라면 태반에 가는 피도 시원하지 않을까 싶은 단순한 생각에, 심장에 냉찜질을 하려고 했는데 가슴골과 가슴과 배 사이 살 접히는 부분이 말도 안되게 뜨거운 것..? (진짜 손 대면 엇뜨거! 할 정도로..?)
- 따로 수건으로 가슴골을 꾸준히 차갑게 해주고, 배와 가슴이 접히는 부분에 냉찜질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그 때 부터 약 없이 버티고, 고열도 금방 내려갔음.. 오버 좀 보태서 머리 보다 효과가 좋았던게, 몸이 전체적으로 시원해짐.
- 열이 모이는 곳을 그럼 다 차갑게 해줘보자 > 겨드랑이, 무릎 뒤, 목 사이사이, 가슴골, 배 접히는 부분 다 차갑게 해줌.
- 나는 특히 임산부치고도 가슴이 사이즈가 있고 배도 많이 나와서 접히는 부분이 많아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음.
- 두번째!!!! 물 많이 먹으면 진짜 효과 좋음. 쌤이 최소 2리터 이상 먹으랬는데 나는 진짜 양수 부족해질까봐, 버피한테 조금이라도 안좋을까봐 이 날 하루만 물 8리터는 먹음 (한 잔 마실 때 마다 500ml 원샷 때렸는데 내 기억으로만 거의 20잔 안되게 마심. 물 마시다가 토할 때 까지 마시자 했는데 신기하게 토는 안나오더라)
- 저녁부터 새벽까지 하루종일 찜질하고 한 마리의 물먹는 하마가 된 결과, 다음날 고열은 거의 없어짐.
12월 15일수요일 코로나 확진 2일차 : 아, 좀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는 개뿔
- 00시 기준까지 37.7까지 내려감! (참고로 임산부는 37.5도까지는 괜춘, 원래 임산부는 체온이 높음)
- 끊임없는 두통, 근육통, 고열로 인한 컨디션 악화는 2박 3일동안 계속 되다가 이제 좀 나아지나 보다 싶었음.
- 오전 10시 되어서야 드디어 37.3도 기록.. 살 것 같다 이제 드디어..
- 아, 그리고 정부에서 보내준 자가격리키트 속 산소포화도 측정? 재어보니 처음엔 95%로 위험했다가 코로나 확진 3일차가 되어서야 97, 98까지 올라옴.
- 산소포화도 94%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바로 119 불러야 함 > 폐렴..? 이라고 들었음
- 참고로 첫날에 받았을 때 산소포화도 95%에서 올라가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음.
-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월화수에 뭐 딱히 밥 같은걸 안 먹었음.
- 본죽에서 쇠고기 야채죽 하나 먹었는데 괜찮았다.
- 남편이 많이 못먹을거 알고 소자리 하나를 주문해서 3개로 소분해 달라고해서 먹었는데 진짜 소자리를 일주일 내내 나눠 먹음..
- 오, 밥도 들어가고 열도 안나고 나 진짜 건강한가? 벌써 코로나 다 낫는건가?
-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혼내주고 싶다^^..
12월 16일 목요일 코로나 확진 3일차 : 고열 보다 무서운 삼위일체 "콧물/인후통/마른기침"
- 고열이 사실 태아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고열만 없으면 모든걸 다 이겨낼 줄 알았는데,
- 아침부터 목이 간질간질하고, 누워있으면 콧물이 코에 고여 코로 숨을 못쉬는 지경이 됨.
- 나를 가장 크게 괴롭혔던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썅위일체가 어떻게 나에게 왔냐면..
-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있음 > 콧물이 코에 막힘 > 숨을 못쉬어서 입으로 숨쉼 > 목구멍이 건조해짐 > 인후통 발생 > 목구멍 콧구멍 다 건조해지더니 기침이 많아짐 > 심지어 건조해서 마른 기침임 > 기침할 때 마다 복근에 힘이 뽷뽷 들어감 > 윗배에 알배김 > 기침할 때 마다 목구멍에 칼이 들어갔다 나가는 기분이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기분임
- 기침을 할 땐 코도 막혀서 숨이 안쉬어지는데 그 땐 진짜 호흡곤란도 오고, 밑이 빠지는.. 그러니까 자궁이 빠져나가는 기분임.
- 고열은 차라리 참고 잠이라도 억지로 잤지..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이 썅위일체는 잠도 안오고 기침할 때 마다 버피도 걱정되고, 무엇보다도 고통이 아픔으로 확 옴..
- 목요일 늦은 오후 23시 즈음, 침을 삼키면 목구멍에 카터칼 조각 10개를 삼키는 기분임.
- 고열은 온 몸을 후두려 패서 정신을 잃게 만드는 고통이라면,
- 콧물/인후통/마른기침은 목구멍과 콧구멍의 살을 도려내고, 잠 못 자게 괴롭히고, 머리 속에 드릴을 넣고, 숨을 못쉬게 막는데 이 모든 것들이 맨 정신에 진행되는 고통...
-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열이라도 내렸으나 샤워를 하자 해서 샤워를 했는데,
- 어..? 목구멍 콧구멍 다 뚫리고 뭔가 다시 태어난 기분..?
12월 17일 금요일 코로나 확진 4일차 : 방법을 찾아야 함
- 샤워하고 다시 갱생한 느낌이었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1시간 이내로 다시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이 썅위일체 3개는 다시 도졌음.
- 건강진단해주시는 쌤에게 전화와서 이 기침 때문에 죽겠다고 하면서, 애한테는 괜찮은지 상담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음.
- ".. 선생님.. 기침으로 인해서 조산의 위험이 없다고는 말 못드리고요.."
- 나도.. 조산이라는 말 무서워서 잘 안쓰는데ㅠㅜ 갑자기 조산이라고 하니까 울컥함 ㅠㅜㅠㅜ 고열이고 나발이고 코로나고 진짜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어를 들어버리니까 미쳐버림.
- 전화 끊고 멍하니 땅바닥만 보는데 오빠가 전화 하는거 들었는지 쌤이 말씀주신 습식 가습기? 내 방으로 옮겨주고, 환기하고, 물 챙겨주고 이것 저것 다 해주심.
-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물 먹는 하마가 되었고, 코로 숨쉬려고 노력하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콧구멍이 막혀서 제자리 걸음하면서 걷고, 앉아있고, 가습기에 얼굴 쳐박고 코로 숨쉬고 계속함.
-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자리걸음하면 코가 금방 뚫림 (단, 5분이상 유지되지 않을 뿐..)
- 뭐라도 먹자 싶어서 집에 있는 딸기를 먹는데, 응? 뭐지.. 딸기가 원래 이렇게 안달았나..
- 생각해보니 최근에 먹었던 음식들의 맛이 안느껴짐
- 라볶이는 슬라임 먹는 기분 (질감만 느껴짐)
- 치킨은 왕 큰 냉동 조갯살 우적우적 씹는 느낌 (치킨 한 마리 뚝딱하는 내가 3조각만 억지로 먹음)
- 자주 먹는 제주감귤은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과일맛.. (하나도 안달고.. 안시고..)
- 코로나 확진 4일차 오후 기준, 후각/미각 일부 잃음.
12월 18일 토요일 코로나 확진 5일차(오늘) : 멍 때리는 시간이 줄어듦
- 미각 후각 완전히 잃음 (냄새도 안나고, 맛을 느끼면 매운맛만 매콤하다? 정도로만 느낌)
- 그래서 밥 먹을 때 '아, 이 음식은 원래 이런 맛이지..' 하고 상상하면서 먹음
- 왜 억지로 먹냐면.. 코로나 확진 후 5일 밖에 안지났는데....... 몸무게가 6kg이나 빠짐..
- 나름 버피 잘 지켜주겠다며 2끼니 잘 챙겨먹고, 운동은 제자리 걷기 50보가 전부인데.. 6kg이나 빠짐..
- 임신하고 10kg 정도 쪘는데 그 중 절반이 빠진 거.. 엄청 걱정되지만..
- 사랑스러운 버피는 확실히 눕눕효과 때문인지 발차기가 엄-청 쎄지고 잦았음.
- 마치, '엄마, 나는 괜찮아요. 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처럼 평소보다 발차기가 엄-청 쎄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때 많은 위로가 됨.
- 그리고 코가 뚫리면 그 순간 만큼은 집중력이 좋아지고, 무력감이 덜해짐.
- 제발 콧물/마른기침/인후통 이 증상이 코로나 마지막 증상이길 기도하고 있음...
미처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들
- 코로나 초기에 걸리고 2주 자가격리였을 때 하루하루 일지 쓰고, 틈 나는대로 책도 읽고, 슬랙도 챙겨봐야지 했는데 이게 말이 안되는 이유가 3가지가 있음
- 집중력이 10분 이상 못감 : 무기력을 떠나서 그냥 머리가 안돌아가고 초점도 잘 안 맞고 그냥 벽만 보고 땅바닥만 보고있는 것도 힘듦.
- 특히 모니터를 오래 못봄 : '디즈니플러스 정주행해야지~' 하면서 '뮬란' 영화를 10분씩 나눠서 1박 2일동안 봄..
- 증세가 나아졌을 때 뭔가를 하면 다시 체력고갈 : '컨디션 좀 괜찮았으니 좀 해볼까?' 싶어서 10분 집중하면 다시 고열. 다시 콧물. 다시 기침. 다시 제자리. 다시 스트레스.
- 사실 이 이야기가 가장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고열만 있을 땐 '생각보다..견딜만한데..?'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고쳐먹은 이유가 나는 증상이 4일에 걸려서 기존 증상이 낫고, 새로운 증상이 생기고, 낫고, 생기고의 반복이었기 때문.
- 즉, 지금까지 겪은 4일치의 증상이 동시에 나에게 왔다면 나는 버피랑 죽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 그래서, 코로나가 무서운가보다 싶었음.
- 아, 그리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재택 자가격리 시 본인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버리면 징역 1년, 벌금 1천만원까지 가능하다고 함.
- 이걸 어케 아나 봤더니, 자가격리 관련 앱 다운받으면 하루종일 이러케 뜸.
- 참고로, 다운받은 자가격리 관리 앱은 생각보다 철저했음. 기록도 편하게 잘 되어있고, 접속 에러가 가끔 있는 것만 빼면 뭐.. 시스템이 의외로 잘 되어있네? 하고 생각함.
아쉬웠던 것들
- 건물 1층에 혹은 입구에 있는 열감지카메라, 체온측정계는 다 뻥이다..... 회사 포함 내가 확인한 체온측정계만 5개였는데 다 36도 였음. (귀떼기 넣는 체온계는 38도였는데..)
- 역학조사 때문에 토요일부터 이동동선을 물어보는 공무원 전화가 왔는데, 와 이거 진짜 너무 비효율적으로 일하시더라..
- 토요일에는 강원도 홍천에 있었고, 일요일엔 용산구/강서구, 월요일엔 서초구에 있어서 그런지 원래 사는 집 동네 구청부터 포함해서 총 5개의 구청에서 전화가 왔음.
- 그런데, 다들 공유를 안하시는건지 했던 질문 또 하고, 나는 했던 말 또 하고.. 이걸 5번을 반복함.. 39도 고열인 상태에서 대답하려니 내 정신도 정신이 아니고 한 번에 끝낼 일을 5번이나 하니까 돌아버리는 것..
- 나야 뭐 젊은 나이의 확진지라 괜찮겠지만 중증의 그리고 고령의 환자가 이런식으로 전화를 받는다면 진짜 개빡치겠다 싶었음.
미안한 것들
- 결혼준비, 임신준비하느라 고생하는 남편몬.. 주말에 대학동기들이랑 여행가기루 했는데 같이 확진되어부려서 못감, 흙..
- 같이 사는 울 큰똥개 리트리버 덕춘, 작은똥개 퍼그 강거니.. 졸지에 2주간 산책을 못나갔음.. 미안해, 얘두라..
화나는 것들
- 그래도 고열만 이겨내면 남은 기간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책이라도 읽겠지,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2021년 중에 가장 하릴없이 벽만 쳐다보고 이불만 보고 눈만 감았다 뜨기만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음..
- 멍 때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거의 일주일을 이렇게 지내고나니 너무 힘들다..
- 코로나 자가격리 진단 내용에 보면 뒤에 우울감, 자살충동 등의 내용이 있는데 첨엔 이런거 까지 있다고..? 싶었다가 계속 보니까 혼자사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힘들겠다 싶었음.
- 심심하고, 우울하고, 나 빼고 세상은 잘 돌아가는 것 같고, 난 코로나로 이렇게 힘든데 놀러가고 콘서트하고 이런 기사 보면 울화통이 터짐..
고마운 것들
- 남편몬도 코로나 양성인데 상대적으로 나 보다는 증상이 약한 편임. 그래서 집안일, 힘쓰는 일, 준비하는 것들 모두 오빠가 도맡아 하는데 너무 고맙당.. 오빠 혼자 결혼 준비 알아서 다 하고, 임신 준비 알아서 다 하고 슬슬 오빠도 쉴까 싶었을텐데.. 아내의 코로나 확진이라니.. 남편 세상 고생하고, 세상 고마워..!
-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꾸준히 발재간 해주고, 태동해준 버피가 세상에서 제일 고맙고 제일 든든하고 제일 미안함.
- 뱃속에서의 39도 고열을 이겨낸 버피라면, 세상에 태어나 어떤 모진 일을 겪어도 다 해낼 수 있는 멋진 아들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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