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똥글

임신 29주차 코로나 확진 임산부 투병일지

우슬라 2021. 12. 18. 23:29
반응형

언젠가 버피를 낳고 "엄마는 코로나 시대 때 코로나 안걸렸어?"라고 물어볼 버피에게 전하기 위해 기록하는 일지.

"엄마가 이겨낸게 아니라 버피가 뱃속에서 이렇게 힘든 순간에도 잘 이겨내준거야." 라고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기 위해.

 

12월 13일 월요일 코로나 확진 0일차 : 설마 코로나겠어..?

- 10시 20분 사무실 출근.

- 점심도 사내식당에서 맛있게 먹음. 입맛도 좋았고, 컨디션도 엄청 좋았음.

- 갑자기. 정말 예고치 않게 갑자기.. 15시 경 무력감이 느껴지고 집중력이 바닥이 됨.

- 업무를 도저히 할 수 없다 판단했음, 혹시나 코로나인가? 싶어서 회사 열감지 카메라에 몇 번이고 확인했으나 36도로 정상체온.

- '아, 그럼 그냥 컨디션 난조인가보다' 싶어서 내과와 이비인후과에 전화했으나 "임산부는 오셔도 저희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요"라고 전달받아 회사 근처에 임신 초기 때 다녔던 산부인과를 감.

- 회사에서 산부인과까지 5분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걸어가다 쓰러질 것 같아 쓰러지면 119 부르려고 폰도 열심히 붙잡고 감.

- 산부인과 들어가기 전에 열감지 체온 재봄 (산부인과가서 다른 임산부에게 피해 끼치긴 싫어서 체온을 계속 잼) 역시나 36도

- 인포에 말씀드리고 체중 재고, 혈압재는 중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체온을 쟀는데 표정이 굳으심.

   - "아, 이거 또 체온계가 고장인가봐요.. 다시 쉬었다가 해볼게요."

   - "점퍼 벗어보시겠어요?"

   - "아.. 산모님이 더우셔서 그러실 수 있어요."

- 그러면서 한 8번을 쟀는데 모두 38도 이상으로 나옴.

- 산부인과 간호사 선생님 말씀 :

   - "임산부는 38도 이상이면 태아 산모 모두에게 위험한 고열이에요.. 우선 약국가서 타이레놀 2알 빨리 드시고, 코로나 검사부터 받고 오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타이레놀 2알 먹고 정신이 아주 조금 돌아옴.

- 회사에 말하고 조퇴 후 바로 선별진료소로 가려고 했으나 대기 시간이 1.5시간이고, 줄이 워낙 길어 밖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줄을 설 자신이 없었음.

- 우선 귀가 후 아침 일찍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함.

   - why : 산부인과 간호사샘이 말씀해주시길 코로나 검사 이 외 고열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이로 인해 급한 치료를 받아야할 수 있으니 큰병원 방문을 추천해주심.

- 집 가자마자 쉬고 누우면 괜찮아질줄 알았지만 23시 즈음 부터 38도 이상으로 열이 치솟음.

- "오빠.. 안될 것 같아.. 나 응급실 갈래.."

고려대 구로병원. 크리스마스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응급실은 오고싶지 않았음..

- 남편과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센터로 이동.

응급실 입구 설명이 난해해서 엄청 힘들었다.. 응급실이 있고, 권역센터? 가 있는데 잘 구분해야 함!

- 총 4가지 검사를 진행함.

   - 코로나 검사 진행 전 엑스레이로 폐를 찍음 (폐렴기가 있는지 확인) 임산부는 엑스레이 안좋다고 들었으나 29주는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차폐로 배를 덮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음.

   - 코로나 검사 진행

   - 소변검사 진행 (임산부 염증으로 인한 고열일 수도 있어서? 라고 검사했다고 들음)

   - 혈액검사 진행 (..? 이건 왜 했는지 기억이 가물..)

내가 갔을 땐 응급실이 꽤나 한적했음. 내가 누웠던 10번 베드. 간호사쌤, 의사쌤 모두 친절하셨고 엄청 미남/미녀들이셔서 놀랐음.

- 응급실 베드에 누워 수액과 진통제(임산부에게 무해한) 맞고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누움. 무슨 진통제인지 모르겠으나 엄청 좋아짐.

메롱이라서 안올리려다가, 이것도 돌아보니 추억이 될 것 같아서..

- 아, 그리고 응급실 베드 뒷석에 약물 오용? 했던 정신질환 있어보이는 환자 있었는데.. 이 분 때문에 자가격리는 센터가 아니라 재택으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음.. 이건 나중에 따로 기록.

- 의사샘이 부르셔서 확인해보니 요도 감염도 아니고, 혈액도 정상이고, 폐도 정상. 아마 감기바이러스로 예상한다 함. 그게 혹시 그럼 코로나일 수 있냐고 여쭤보니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내일 아침에 전화를 기다리라고 함.

- 집에 귀가. 수시로 열을 재며, 잠은 푹 잘 잠. (사실 그래서 코로나 안걸릴줄 알았음)

- 아, 궁금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서 이 날 응급실 결제액은 233,850원 나옴 (코로나 검사비 포함)

이건 나의 까먹방을 위해 올리는, 고려대 구로병원 내역서 및 문서 발급 안내지 (실비보험 준비용)

 

12월 14일 화요일 코로나 확진 1일차 : 설마가 사람잡음

- 아침 7시 즈음 병원에서 전화가 옴. 확정은 아닌데, 코로나 키트에 임산부님 양성의 기미가 보인다고 미리 전화주심. 확실해지면 아마 오늘 오전 중 보건소에서 전화가 올테니 남편이나 나나 둘 다 회사 출근 하지 말라고 전달 받음.

   - 근디, 이거 좀 남편이랑 당황스러웠던게.. 확정은 아닌데 양성의 기미가 보인다고? 이게 뭔말인지 모르고 둘 다 비몽사몽이라 우선 보건소의 최종통보 전화를 기다리기로 함.

- 오전 중 보건소에서 확진 전화 받음. 안내 받기 시작함.

우선 유선으로 상황설명 후, 문자를 차근차근 보내주심. 문자는 꽤 많은데 그 중에 하나.

- 남편은 그 날 아침 바로 코로나 검사하러 감 (빨리 검사받길 잘 한 것 같다.. 결국 남편도 확진..)

- 역학조사 및 자가격리 관련 안내 받음. 자가격리센터로 갈지, 재택 자가격리를 할지 고민했다가 재택으로 결정

- 재택 자가격리를 선택한 이유 :

   - 1. 센터가서 각혈하고 호흡기하고 있는 환자들보면서 멘붕왔다는 후기가 무서웠고,

   - 2. 화요일 오전만 하더라도 응급실에서의 진통제 뽕에 취해 나는 다른 사람 대비 코로나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함.

   - 3. 집에 있는게 더 편하고 옆에 남편이 있어야 맘이 놓일 것 같았음

   - 4. 무엇보다도 센터에 자리가 없어서 가더라도 어차피 3-4일 뒤에나 갈 수 있고 병원에서 매일 진단 전화준다고 하고

   - 5. 증세가 심해질 경우, 바로 119 호출을 통해 진료가 가능하다고 전달받았기에 넘김

- 여기서부터는 코로나 대환장 파티

   - 코로나 확진 1일차, 오전 7시 56분 37.6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체온이었으나,

   - 두 시간 뒤 38도를 찍어 타이레놀 2개 먹음 (why. 타이레놀은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약이고(단, 하루 6알까지만) 고열로 인해 양수가 뜨거워져서 태아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열은 무조건 피해야 함)

   - 13시 경 낮잠자고 일어났더니 39.1도를 찍음 (심각함)

   - 두통 + 온 몸 근육통 + 의사표현도 안되고 + 한 마리의 오징어가 된 기분

   - 특히 허리가 진짜 많이 아팠는데 너무 애리고 저려서 척추만 뽑은 뒤 아프게 하는 부분을 탁탁 털어 내고 다시 몸 속에 넣고 싶었음

   - 무릎 두 쪽도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사이클 대회하는 경기장에 내 두 다리 올려놓고 자전거 100대가 내 무릎위만 최고속도로 달리며 즈려밟는 느낌.

   - 오후 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39도, 38도를 왔다 갔다 함.

   -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고, 사실 이 때 기억이 잘.. 안남.. 걍 누워서 눈만 붙이고 이 시간이 빨리 가길 기도했던 것 같음.

- 코로나 고열일 때 팁2!!!!! <거의 이거 때문에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무방함

   - 첫번째!!!! 대부분 냉찜질을 이마에 하는데 나는 이마 보다 [ 가슴골 / 가슴과 배 사이 ] 냉찜질이 진짜 효과 와방이었음..

   - 내 심장에 흐르는 피가 좀 더 차갑더라면 태반에 가는 피도 시원하지 않을까 싶은 단순한 생각에, 심장에 냉찜질을 하려고 했는데 가슴골과 가슴과 배 사이 살 접히는 부분이 말도 안되게 뜨거운 것..? (진짜 손 대면 엇뜨거! 할 정도로..?)

   - 따로 수건으로 가슴골을 꾸준히 차갑게 해주고, 배와 가슴이 접히는 부분에 냉찜질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그 때 부터 약 없이 버티고, 고열도 금방 내려갔음.. 오버 좀 보태서 머리 보다 효과가 좋았던게, 몸이 전체적으로 시원해짐.

   - 열이 모이는 곳을 그럼 다 차갑게 해줘보자 > 겨드랑이, 무릎 뒤, 목 사이사이, 가슴골, 배 접히는 부분 다 차갑게 해줌.

   - 나는 특히 임산부치고도 가슴이 사이즈가 있고 배도 많이 나와서 접히는 부분이 많아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음.

   - 두번째!!!! 물 많이 먹으면 진짜 효과 좋음. 쌤이 최소 2리터 이상 먹으랬는데 나는 진짜 양수 부족해질까봐, 버피한테 조금이라도 안좋을까봐 이 날 하루만 물 8리터는 먹음 (한 잔 마실 때 마다 500ml 원샷 때렸는데 내 기억으로만 거의 20잔 안되게 마심. 물 마시다가 토할 때 까지 마시자 했는데 신기하게 토는 안나오더라)

   - 저녁부터 새벽까지 하루종일 찜질하고 한 마리의 물먹는 하마가 된 결과, 다음날 고열은 거의 없어짐.

 

12월 15일수요일 코로나 확진 2일차 : 아, 좀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는 개뿔

- 00시 기준까지 37.7까지 내려감! (참고로 임산부는 37.5도까지는 괜춘, 원래 임산부는 체온이 높음)

   - 끊임없는 두통, 근육통, 고열로 인한 컨디션 악화는 2박 3일동안 계속 되다가 이제 좀 나아지나 보다 싶었음.

- 오전 10시 되어서야 드디어 37.3도 기록.. 살 것 같다 이제 드디어..

- 아, 그리고 정부에서 보내준 자가격리키트 속 산소포화도 측정? 재어보니 처음엔 95%로 위험했다가 코로나 확진 3일차가 되어서야 97, 98까지 올라옴.

기계는 진짜 쪼꼬만데 잘 나오더라.. 신기했음..

   - 산소포화도 94%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바로 119 불러야 함 > 폐렴..? 이라고 들었음

   - 참고로 첫날에 받았을 때 산소포화도 95%에서 올라가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음.

-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월화수에 뭐 딱히 밥 같은걸 안 먹었음.

   - 본죽에서 쇠고기 야채죽 하나 먹었는데 괜찮았다.

   - 남편이 많이 못먹을거 알고 소자리 하나를 주문해서 3개로 소분해 달라고해서 먹었는데 진짜 소자리를 일주일 내내 나눠 먹음..

- 오, 밥도 들어가고 열도 안나고 나 진짜 건강한가? 벌써 코로나 다 낫는건가?

-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혼내주고 싶다^^..

 

12월 16일 목요일 코로나 확진 3일차 : 고열 보다 무서운 삼위일체 "콧물/인후통/마른기침"

- 고열이 사실 태아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고열만 없으면 모든걸 다 이겨낼 줄 알았는데,

- 아침부터 목이 간질간질하고, 누워있으면 콧물이 코에 고여 코로 숨을 못쉬는 지경이 됨.

- 나를 가장 크게 괴롭혔던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썅위일체가 어떻게 나에게 왔냐면..

   -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있음 > 콧물이 코에 막힘 > 숨을 못쉬어서 입으로 숨쉼 > 목구멍이 건조해짐 > 인후통 발생 > 목구멍 콧구멍 다 건조해지더니 기침이 많아짐 > 심지어 건조해서 마른 기침임 > 기침할 때 마다 복근에 힘이 뽷뽷 들어감 > 윗배에 알배김 > 기침할 때 마다 목구멍에 칼이 들어갔다 나가는 기분이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기분임

- 기침을 할 땐 코도 막혀서 숨이 안쉬어지는데 그 땐 진짜 호흡곤란도 오고, 밑이 빠지는.. 그러니까 자궁이 빠져나가는 기분임.

- 고열은 차라리 참고 잠이라도 억지로 잤지..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이 썅위일체는 잠도 안오고 기침할 때 마다 버피도 걱정되고, 무엇보다도 고통이 아픔으로 확 옴..

- 목요일 늦은 오후 23시 즈음, 침을 삼키면 목구멍에 카터칼 조각 10개를 삼키는 기분임.

- 고열은 온 몸을 후두려 패서 정신을 잃게 만드는 고통이라면,

- 콧물/인후통/마른기침은 목구멍과 콧구멍의 살을 도려내고, 잠 못 자게 괴롭히고, 머리 속에 드릴을 넣고, 숨을 못쉬게 막는데 이 모든 것들이 맨 정신에 진행되는 고통...

-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열이라도 내렸으나 샤워를 하자 해서 샤워를 했는데,

   - 어..? 목구멍 콧구멍 다 뚫리고 뭔가 다시 태어난 기분..?

 

12월 17일 금요일 코로나 확진 4일차 : 방법을 찾아야 함

- 샤워하고 다시 갱생한 느낌이었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1시간 이내로 다시 콧물, 인후통, 마른기침 이 썅위일체 3개는 다시 도졌음.

- 건강진단해주시는 쌤에게 전화와서 이 기침 때문에 죽겠다고 하면서, 애한테는 괜찮은지 상담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음.

   - ".. 선생님.. 기침으로 인해서 조산의 위험이 없다고는 말 못드리고요.."

- 나도.. 조산이라는 말 무서워서 잘 안쓰는데ㅠㅜ 갑자기 조산이라고 하니까 울컥함 ㅠㅜㅠㅜ 고열이고 나발이고 코로나고 진짜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어를 들어버리니까 미쳐버림.

- 전화 끊고 멍하니 땅바닥만 보는데 오빠가 전화 하는거 들었는지 쌤이 말씀주신 습식 가습기? 내 방으로 옮겨주고, 환기하고, 물 챙겨주고 이것 저것 다 해주심.

-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물 먹는 하마가 되었고, 코로 숨쉬려고 노력하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콧구멍이 막혀서 제자리 걸음하면서 걷고, 앉아있고, 가습기에 얼굴 쳐박고 코로 숨쉬고 계속함.

   -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자리걸음하면 코가 금방 뚫림 (단, 5분이상 유지되지 않을 뿐..)

- 뭐라도 먹자 싶어서 집에 있는 딸기를 먹는데, 응? 뭐지.. 딸기가 원래 이렇게 안달았나..

- 생각해보니 최근에 먹었던 음식들의 맛이 안느껴짐

   - 라볶이는 슬라임 먹는 기분 (질감만 느껴짐)

   - 치킨은 왕 큰 냉동 조갯살 우적우적 씹는 느낌 (치킨 한 마리 뚝딱하는 내가 3조각만 억지로 먹음)

   - 자주 먹는 제주감귤은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과일맛.. (하나도 안달고.. 안시고..)

- 코로나 확진 4일차 오후 기준, 후각/미각 일부 잃음.

 

12월 18일 토요일 코로나 확진 5일차(오늘) : 멍 때리는 시간이 줄어듦

- 미각 후각 완전히 잃음 (냄새도 안나고, 맛을 느끼면 매운맛만 매콤하다? 정도로만 느낌)

   - 그래서 밥 먹을 때 '아, 이 음식은 원래 이런 맛이지..' 하고 상상하면서 먹음

- 왜 억지로 먹냐면.. 코로나 확진 후 5일 밖에 안지났는데....... 몸무게가 6kg이나 빠짐..

   - 나름 버피 잘 지켜주겠다며 2끼니 잘 챙겨먹고, 운동은 제자리 걷기 50보가 전부인데.. 6kg이나 빠짐..

   - 임신하고 10kg 정도 쪘는데 그 중 절반이 빠진 거.. 엄청 걱정되지만..

- 사랑스러운 버피는 확실히 눕눕효과 때문인지 발차기가 엄-청 쎄지고 잦았음.

- 마치, '엄마, 나는 괜찮아요. 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처럼 평소보다 발차기가 엄-청 쎄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때 많은 위로가 됨.

- 그리고 코가 뚫리면 그 순간 만큼은 집중력이 좋아지고, 무력감이 덜해짐.

- 제발 콧물/마른기침/인후통 이 증상이 코로나 마지막 증상이길 기도하고 있음...

 

 

미처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들

- 코로나 초기에 걸리고 2주 자가격리였을 때 하루하루 일지 쓰고, 틈 나는대로 책도 읽고, 슬랙도 챙겨봐야지 했는데 이게 말이 안되는 이유가 3가지가 있음

   - 집중력이 10분 이상 못감 : 무기력을 떠나서 그냥 머리가 안돌아가고 초점도 잘 안 맞고 그냥 벽만 보고 땅바닥만 보고있는 것도 힘듦.

   - 특히 모니터를 오래 못봄 : '디즈니플러스 정주행해야지~' 하면서 '뮬란' 영화를 10분씩 나눠서 1박 2일동안 봄..

   - 증세가 나아졌을 때 뭔가를 하면 다시 체력고갈 : '컨디션 좀 괜찮았으니 좀 해볼까?' 싶어서 10분 집중하면 다시 고열. 다시 콧물. 다시 기침. 다시 제자리. 다시 스트레스.

- 사실 이 이야기가 가장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고열만 있을 땐 '생각보다..견딜만한데..?'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고쳐먹은 이유가 나는 증상이 4일에 걸려서 기존 증상이 낫고, 새로운 증상이 생기고, 낫고, 생기고의 반복이었기 때문.

- 즉, 지금까지 겪은 4일치의 증상이 동시에 나에게 왔다면 나는 버피랑 죽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 그래서, 코로나가 무서운가보다 싶었음.

- 아, 그리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재택 자가격리 시 본인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버리면 징역 1년, 벌금 1천만원까지 가능하다고 함.

- 이걸 어케 아나 봤더니, 자가격리 관련 앱 다운받으면 하루종일 이러케 뜸.

ㅎㄷㄷ

- 참고로, 다운받은 자가격리 관리 앱은 생각보다 철저했음. 기록도 편하게 잘 되어있고, 접속 에러가 가끔 있는 것만 빼면 뭐.. 시스템이 의외로 잘 되어있네? 하고 생각함.

이 내용을 보고 각 지역의 담당 병원의 의사샘? 간호사샘?들이 참고해서 연락을 해주심
처음에는 읭? 했지만 볼수록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정신질환 문의
혈압은 집에 재는게 없으니 그냥 0이라고 쓰라고 하심. 수치를 보니 이건 어제 작성한 것 같군.
이건 병원 자가진단이 아닌 정부에서 준 자가진단 (열심히 썼는데 재택 자가격리는 안써도 된다고해서 안쓰고 다운만 받아둠)

 

아쉬웠던 것들

- 건물 1층에 혹은 입구에 있는 열감지카메라, 체온측정계는 다 뻥이다..... 회사 포함 내가 확인한 체온측정계만 5개였는데 다 36도 였음. (귀떼기 넣는 체온계는 38도였는데..)

- 역학조사 때문에 토요일부터 이동동선을 물어보는 공무원 전화가 왔는데, 와 이거 진짜 너무 비효율적으로 일하시더라..

   - 토요일에는 강원도 홍천에 있었고, 일요일엔 용산구/강서구, 월요일엔 서초구에 있어서 그런지 원래 사는 집 동네 구청부터 포함해서 총 5개의 구청에서 전화가 왔음.

   - 그런데, 다들 공유를 안하시는건지 했던 질문 또 하고, 나는 했던 말 또 하고.. 이걸 5번을 반복함.. 39도 고열인 상태에서 대답하려니 내 정신도 정신이 아니고 한 번에 끝낼 일을 5번이나 하니까 돌아버리는 것..

   - 나야 뭐 젊은 나이의 확진지라 괜찮겠지만 중증의 그리고 고령의 환자가 이런식으로 전화를 받는다면 진짜 개빡치겠다 싶었음.

 

미안한 것들

- 결혼준비, 임신준비하느라 고생하는 남편몬.. 주말에 대학동기들이랑 여행가기루 했는데 같이 확진되어부려서 못감, 흙..

- 같이 사는 울 큰똥개 리트리버 덕춘, 작은똥개 퍼그 강거니.. 졸지에 2주간 산책을 못나갔음.. 미안해, 얘두라..

그래도 나름 언니, 누나라고 아플 때 어디 안가고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데.. 고마웠다ㅠㅜ..

 

화나는 것들

- 그래도 고열만 이겨내면 남은 기간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책이라도 읽겠지,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2021년 중에 가장 하릴없이 벽만 쳐다보고 이불만 보고 눈만 감았다 뜨기만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음..

- 멍 때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거의 일주일을 이렇게 지내고나니 너무 힘들다..

- 코로나 자가격리 진단 내용에 보면 뒤에 우울감, 자살충동 등의 내용이 있는데 첨엔 이런거 까지 있다고..? 싶었다가 계속 보니까 혼자사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힘들겠다 싶었음.

- 심심하고, 우울하고, 나 빼고 세상은 잘 돌아가는 것 같고, 난 코로나로 이렇게 힘든데 놀러가고 콘서트하고 이런 기사 보면 울화통이 터짐..

 

고마운 것들

- 남편몬도 코로나 양성인데 상대적으로 나 보다는 증상이 약한 편임. 그래서 집안일, 힘쓰는 일, 준비하는 것들 모두 오빠가 도맡아 하는데 너무 고맙당.. 오빠 혼자 결혼 준비 알아서 다 하고, 임신 준비 알아서 다 하고 슬슬 오빠도 쉴까 싶었을텐데..  아내의 코로나 확진이라니.. 남편 세상 고생하고, 세상 고마워..!

-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꾸준히 발재간 해주고, 태동해준 버피가 세상에서 제일 고맙고 제일 든든하고 제일 미안함.

- 뱃속에서의 39도 고열을 이겨낸 버피라면, 세상에 태어나 어떤 모진 일을 겪어도 다 해낼 수 있는 멋진 아들이 될거야.

잘 나가는 아빠 팅구 말마다나 우리 버피는 밀리어네어 아님 히어로로 태어날거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