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아빠는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잠깐 비웠어.
그 사이에 엄마는 외할머니를 불러서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두 손을 맞잡고 오랜만에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보냈어.
그랬더니 엄마가 버피를 배에 품고 있으면서 느꼈던 아쉬움, 슬픔, 외로움 등 다양한 나쁜 감정들이 훌훌 날아가더라구.
내친김에 우리 달달한 것도 같이 먹자해서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엄마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외할머니는 달달한 카카오라떼와 함께 작은 초코케이크를 먹었어.
이런 소소한 행복들도 이제 버피를 낳고 나면 쉽게 느끼기 힘들다고 많이들 그러더라고.
엄마는 이미 너무 많이 즐거운걸 해버렸으니 버피를 낳으면 더 잘 해줄 준비만 열심히 할거야.
예전에는 외할머니를 보내줄 때 열심히 택시도 태워주고 그랬는데 오늘은 일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셨어.
멀리서 외할머니를 바라보는데 생각보다 작은 뒷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어.
언제 어디서 봐도 늘 튼튼하고 기대고싶은 뭐랄까 늘 '엄마는 강하다'라는 문장이 줄곧 떠오르던 이미지였는데,
어느 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할머니 느낌이라 마음 한 켠이 쓸쓸했어.
언젠간 버피도 엄마를 오늘처럼 바라보는 날이 있을거야, 그치?
그 땐 버피가 엄마를 많이 챙겨줬음 좋겠다.
그 전에 엄마도 할머니에게 좋은 모습을 먼저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이 많이 노력할게. 버피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할게.
그런데, 사실 그게 쉽진 않아서 자신은 없어..
임신 33주차에는 무려 5일이나 아침 임산부 요가를 성공했어!
버피도 그에 부응하듯이 태동이 엄청나서 무척이나 뿌듯했단다.
늘 요가를 할 때 마다 옆에 덕춘이가 엄마를 지켜주고 바라보고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
덕춘이도 아마 뱃 속의 버피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버피가 태어나면 다들 얼마나 행복해할까?
버피도 덕춘이를 보고 즐거움을 느꼈음 좋겠다.
엄마는 할머니가 해준 반찬 소스에 계란을 비벼먹는 걸 어렸을 때 부터 좋아했어.
원래 임신하면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자꾸 생각난대.
그래서 유독 엄마는 할머니 음식을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 신기하지?
보기엔 우주에서 만들어진 이상한 비주얼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진짜 맛있어!
가지볶음을 하고 남은 소스로 만든 계란볶음인데 세상 맛있어 💖
이것도 할머니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자주 해주던 음식이었어.
늘 학교가느라 바쁘거나 아침 먹을 시간이 없으면 맛있는 볶음밥에 김을 싸서 하나씩 말아서 이쁜 접시에 담아주셨지.
하나하나 말아가는데 생각보다 귀찮아서 '우리 엄마 꽤나 고생했겠네..' 생각이 들더라고.
버피가 태어나면 꼭 한 번 먹여주고 싶다!
요즘 강건이형이랑 같이 산책을 가면 다리가 너무 시려워서 자가발열레깅스라는 걸 샀는데
사실 배송만 3주가 넘게 걸려서 엄마는 무척이나 속상했어 -
마침 받아봤더니 자가발열도 되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그래도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입고 있어..
버피한테 불편하지 않으면 다 되었지, 뭐. 그냥 좋게좋게 마음 먹어야 버피한테도 좋은 마음이 전달될 것 같아서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기분 좋게 넘겼어!
다시 돌아보니 버피를 품고있던 임신 33주차의 엄마는 무척 힘든 하루하루가 많았네.
모처럼 아빠 대신 엄마가 심부름을 나간 날이었는데, 자주 가는 편의점에 이렇게 써있고 아무도 안계시더라고..
이 날 눈도오고 영하 8도를 기록하던 엄청난 추위였는데 말이지.
뼈가 애는듯한 추위는 계속되고,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하고 발을 동동 굴렀는데
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사장님이 쏜살같이 달려오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수 어번 말씀드렸어.
혹여나 버피가 추울까봐 엄마가 배를 움켜잡고 마구마구 마찰열을 냈던게 생각난다.
우리 층 공사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걸까?
더 이상 버피에게 소음을 들려주기 싫은데..
버피가 배 속에 없었더라면 엄마 옛날 성격나와서 아주 그냥 전화하고 컴플레인 걸고 난리였을거야.
버피는 이렇게 엄마를 온순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임신 33주에 들어서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증상은 바로 변비야 T_T..
엄마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변비라는걸 걸려본적 없는 강력한 장을 가진 어른이었는데 이럴수가..
너무 힘들어서 엠프로3을 주문하기 시작했어. 이 전에는 그냥 끙아 소식이 없으면 가끔 먹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매일 1개씩 주문해서 아침마다 빈 속에 원샷을 하고 있어.
길면 이틀, 빠르면 하루에 한 번씩 소식이 와서 다행이야.
임산부 변비는 다른 것 보다 기분이 몹시 언짢은게 문제인 것 같아.
이런 스트레스 버피에게 줄 순 없지!
엄마가 요즘 하고 있는 요가테라스라는 운동이야.
엄마 컴퓨터에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하고 있는데 적당한 근력운동도 들어있어서 엄마 스타일이랑 딱 좋아!
엄마는 성격이 급해서 역시 only 요가는 잘 안 맞나봐.
확실히 아침 요가를 하고나면 조금 더 기운차고 골반 통증이 줄어드는 것 같아.
버피 만나는 그 날 까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버피도 엄마한테 힘을 줬음 좋겠다.
강건형이랑 함께하는 산책은 늘 즐거워 -
덕춘이누나는 늘 이렇게 잠을 자고 있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지만 늘 내게 웃음을 주는 아이야. 버피도 빨리 보고 싶지?
엄마가 임신하고 열심히 보는 웹툰의 한 장면인데, 눈물과 함께 웃음이 나와서 기록해봐.
특히 임신 33주가 되고나서 자궁이 몹시 커졌기 때문에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
버피가 발길질 한 번 할 때 마다 엄마 화장실 한 번씩 계속 가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
버피야, 엄마의 방광은 돼지 오줌보가 아니야 T_T..
운동도하고 심심해서 눈에 보이는 먼지들을 청소하기 시작했어. 아마 이 날은 아빠가 7개월만에 출근한 날일거야.
계속 맘이 쓰이던 곳이었는데 한 번 말끔하게 닦고나니 기분이 좋더라고! 덕춘이 침자국 안녕! 털뭉탱이들 안녕!
이 날 햇빛도 좋아서 무척 나른했는데 엄마만 나른한게 아니었나 봐.
햇빛이 좋으면 꼭 버피도 이 즐거움과 비타민D를 주고 싶어서 배를 살짝 열고 창문을 바라보는데,
버피는 햇빛이 싫은가 봐. 꼭 배를 열어주면 태동이 훅 - 하고 멈추더라고.
아직 버피는 눈부신게 싫은가부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
쉉이모가 준 바디필로우는 원래 두 쪽이었는데, 덕춘이누나였나.. 강건이 형이었나..
무언가를 묻혀서 한쪽으로만 안고 살다가 이렇게 묶어서 쿠션으로 쓰고 있어.
들고있는 모습을 보고 아빠가 '힙으뜸을 들고 있는 김계란 같다'라고 해서 엄청 크게 터졌어.
오늘도 아빠 덕분에 엄마는 너무 즐거웠는데 이 즐거움이 버피에게도 갔길 바라.
엄마 배가 엄 - 청 많이 나왔어. 이제 몸을 움직이면 버피가 다치진 않을지 조심해야 할 지경이야.
요즘은 의자에 일어날 때도 책상에 부딪치기 일쑤라 더 조심하고 있어.
그 만큼 버피가 더 컸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여기서 더 크다니.. 너무 놀라워, 정말..
엄마는 코로나가 완치되고 1월 부터 이제 QR인증에 별도 인증이 뜬다고 해서 봤는데 뭐 딱히 그렇게 크게 바뀐 건 없더라고.
아직까지도 '코로나 확진자였는데요..' 라고하면 괜히 죄인이 된 것 같고 그래. 그렇지만 뭐, 엄마는 씩씩하게 잘 이겨낼거야.
대신 버피에게 자가면역이라는 멋진 선물을 줬잖아? 버피는 더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
33주차에 오랜만에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도 보고 검진을 했어.
복부둘레를 보고 역시 엄마 아빠 아들인가부다 - 하고 있어.
아빠는 머리 둘레 보고 엄마를 닮았다고 하며 약올리고 있어.
허벅지 길이가 코로나 이후로 살짝 덜 자라서 걱정이긴한데, 2주 뒤에 또 결과보면 달라지겠지?
버피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걸 유독 임신 33주가 지난 다음부터 느끼고 있고,
지금 보다 더 큰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커갈거라 생각하니까 마음이 찡-하고 막 그래.
버피야, 34주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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