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4주의 버피는 정말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태동을 포함해서 가장 활발했던 순간들이었어.
일요일 아침, 34주차 알림이 오자마자 부터 엄청난 태동이 시작되어서 깜짝 놀랐어.
특히 태동 뿐만 아니라 딸꾹질도 어마어마했는데 동영상으로 하나하나 모두 기록해두었단다.
언젠간 버피가 태어나서 동영상을 보며 '이게 나야, 엄마?' 라고 물어볼 생각을 하니까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 )
일요일 아침,
엄마와 아빠는 버피의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네에 들렸어.
엄마 친구 딸은 버피랑 딱 한 살 차이라서
엄마가 친구한테 임신, 출산 관련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
이 날은 버피가 사용할 아기용품도 많이 물려받고,
꿀팁도 많이 받았는데 엄마는 조금 있음 만날 버피를 생각하니까
사실 많이 무섭고 떨리고 막 그런당..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겠지?
아직은 사실 엄청 막 자신이 있고 그렇진 않아.
아직도 엄마는 엄마라고 부르는 말도 어렵고 어색하고 막 그래.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을거야!
34주차에는 33주차 만큼 열심히 임산부 요가를 하진 못했어.
사실 34주 끄트머리에는 정말 너무너무 몸이 무겁고 힘든 순간이 많아서
강건이 산책도 겨우겨우 해내고 그랬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래도
요가 안하는 날은 꼭 강건이와 산책하면서 걷기 운동이라도 열심히 했어.
조금이라도 건강해서 버피를 낳을 때 순산할 수 있길 바라면서.
어느 날은 누워있는데 유독 버피가 많이 움직이는 날이 있었어.
원래 버피는 꼭 열심히 태동하다가 엄마가 카메라를 들면 태동을 멈추곤 했는데
이 날은 신기하게 끝까지 태동을 마음껏 보여주더라고.
옆에 누워있는 강건이 삼촌이 반가웠기 때문이었을까.
꿀렁꿀렁거리는 버피의 태동이 가끔은 뭐랄까, 사실 아픔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
간혹 다리로 갈비뼈를 칠 때라던가, 내장쪽을 건드렸는지 살을 떼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임신 30주가 넘어가면 가끔 느끼는 아픔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버피가 건강하다는 뜻이니까 웃으면서 눈물을 참았지.
그리고 버피가 하루 빨리 나오길 기도하게 되더라고..
아빠는 간혹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예정된 날짜에 나오는게 가장 좋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엄마는 요즘.. 버피가 빨리 나왔음 좋겠어^^^..
딸꾹질도 얼 - 마나 잘하는지 몰라!
이 날도 정말 진동이 쿵 - 쿵 - 느껴질 정도로 딸꾹질을 해서 반가웠단다.
임신 중 태아의 딸꾹질은 처음에는 다들 놀라곤 하는데,
사실 태아가 뱃 속에서 양수와 함께 숨쉬기 연습을 하다가 간혹 하는 거라고 하니까
엄마는 그냥 귀엽게 보이더라고.
그런데 버피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딸꾹질을 좀 강하게 그리고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딱히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가 봐!
태어나서도 딸꾹질을 많이 하면 어떡하지?
요즘은 엄마가 잠들어있을 때에도 간혹 딸꾹질을 해서 여간 힘든게 아니긴한데..
그래도 딸꾹질하거나 움직이는 버피를 보고 있으면
버피가 건강하게 잘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좋아.
우여곡절 끝에 받은 국민행복카드..
이걸로 이제 버피 기저귀도 사고, 병원도 결제하고, 버피 물건도 사고 그러겠지?
정말 이거 신청하는데 고생한 거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흙..
아마 리트리버 덕춘이도 버피가 엄마 뱃속에 있는걸 잘 아나봐.
요즘들어 유독 덕춘이 누나가 버피가 있는 배쪽을 향해 등을 잘 내주고,
배가 차가우면 등으로 따뜻하게 데펴주고 있어.
간식도 꼭 엄마 옆에서만 먹고, 엄마가 어디있는지 항상 주시하고 있어.
산책을 갈 때도 엄마가 잘 오고 있는지 꼭 확인해주고 있고.
언제는 버피가 움직일 땐 낼름낼름 핥아줄 때도 있어서 신기했어.
버피가 태어나면, 지금 보다 더 잘 해주겠지?
아빠가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봐서 엄마는 부침개라고 말했을 뿐인고,
밀키트를 받아서 열심히 요리했을 뿐인데 지옥에 다녀온 부침개가 완성되었어.
먹을 때 살짝 버피한테 미안해지더라 ^^..
버피야, 엄마가 요리를 열심히 공부해서 버피가 나오면 이거 보단 더 맛있는 걸로 많이 먹여줄게.
진짜 엄마 요리 솜씨 어떡하니..
요즘 강건이형과 덕춘이 누나와 분리취침을 훈련하고 있어.
새벽에 간혹 깨워서 엄마와 아빠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이겨내고 있어.
다행히 똑똑한 강아지라 3일만에 분리불안이라던가 떼쓰기가 많이 줄어들긴 했어.
한 달 뒤 버피가 오는 날을 대비하기 위함이니까 멍멍이 친구들도 잘 이해해줄거라 생각해.
그래서 요즘 엄마는 요가 보다 강건이형 산책을 더 열심히 하고
노즈워킹도 열심히 시키고 있어. 버피가 소중한 만큼 우리 멍멍이 친구들도 소중하니까.
버피도 함께 이해하는 멋진 아들로 컸음 좋겠다.
이 날도 태동이 어마어마했는데,
임신 30주 이후부터 태동은 어떤 느낌이었냐면 쓰윽 - 밀어내는 힘이 강한 느낌이야.
그 전에는 사실 권투하듯이 톡톡 - 치는 느낌이 강했는데, 30주 이후부터 버피는
엄청 밀어내고 쓰윽 기지개도 피는게 느껴질 정도야.
어쩔 땐 엄마가 발바닥 같은걸 만지는듯한 느낌도 받았다니까!
그 땐 정말 신기했어!
엄마랑 아빠는 밤마다 필로우토크라고 해서 침대에 누워서 이것 저것 많은 걸 이야기 해.
버피가 태어나면 우리 둘이 이렇게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여유도 없어지겠지?
버피를 가지고 빠르게 호다닥 해버린 결혼이라 엄마아빠의 신혼은 무척이나 짧지만
버피가 오기 전 까지 열심히 연애를 오래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
엄마아빠의 연애와 로맨스는 이미 많이 경험했고, 앞으로도 쭈욱 영원할거니까!
날이 조금씩 풀렸을 때 맛있는 쌀국수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 맛집에 슬리퍼만 신고
쫄래쫄래 나가 커피 한 잔 과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
아빠랑 엄마 발 너무 귀엽지?
토요일에는 할머니가 오셔서 같이 이케아 매장에 놀러갔어.
할머니가 사고 싶은 것들 맘껏 사시고 엄마랑 아빠는 버피 물건을 잔뜩 샀지.
할머니가 맛있는 점심도 사주셨는데,
버피 입맛에도 맞았겠지?
언젠간 버피랑 같이 이케아도 놀러왔음 좋겠다.
이 날엔 무척 귀여운 아가들이 많아서 엄마는 기분이 이상했어.
나도 언젠간 저 아이 또래의 버피를 만나겠지..?
엄마가 하루종일 웃었던 날이야.
아빠는 이케아 가구 조립을 '합법적인 레고'라고 표현하는데,
이 날 아빠의 실수로 볼트와 너트가 같이 맞물려 있었거든.
고치질 못하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는데 오랜만에, 아니 처음 보는 덜렁거린 모습이라 진짜 신기했어.
늘 꼼꼼하고 완벽하고 계획적이라 생각했던 아빠의 모습에
저런 멍청함 한 스푼이 더해지니 너무 사랑스럽더라고.
버피 앞에서도 가끔은 나사 풀린 아빠같은 모습이 간혹 보여졌음 좋겠다.
요즘 엄마는 조금만 걸어도 심박수가 훅훅 올라가.
옛날엔 스쿼트, 런지, 버피 수십개씩 해야 심박수가 올라가곤 했는데
오르막길만 조금 올라도 심장이 호다다닥 뛰는데 그 만큼 엄마 몸도 무거워져서 그런가 봐.
그래도 버피에게 맑은 공기 주고,
버피 낳을 때 근육으로 다져진 힘 팡팡 주기 위해서
열 - 심히 운동하고 있어.
누군가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이고, 운동이라 하기 어려운 걷기지만
그래도 엄마는 하나하나 산을 넘어선다는 느낌으로 한 주 한 주 이겨내고 있단다.
버피도 뱃 속에서 엄마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겠지?
꼭 건강하게만 태어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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