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에 버피를 만난다니, 배는 많이 불러왔지만 아직도 거울을 봐도 실감이 나지 않고 철 없는 엄마는 가끔 내가 아직도 임신한게 맞나.. 정말 내 뱃속에 한 생명체가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직도 적응을 잘 못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피는 늘 정기검진을 받으러 갈 때 마다 씩씩하게 잘 있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운 거 있지. 이번 한 주도 버피가 건강하게 잘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이번 주는 특히나 막달검사에다가 특별한 뉴스도 의사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여러모로 버라이어티한 한 주 였어.
35주가 시작되는 일요일,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집안일도 싫고 정말정말 몸이 너무 많이 무거워져서 하루종일 누워있는 순간들이 많았어. 평소에는 엄마가 먼저 빠릿하게 일어나서 아빠 점심도 해주고 집안일도 찾아서 하려고 하는데 35주차 부터는 정말 게을러지더라고. 임신 30주 부터 엄청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엄마는 한 5주 정도 뒤늦게 찾아온 것 같아.
이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누워 아빠에게 '잔치국수'를 해달라고 졸랐어. 아빠는 비빔면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엄마는 시원한 멸치국수가 먹고 싶었거든! 욕심내서 "아냐! 나 멸치국수!!" 라고 말해서 한 끼니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는 아빠한테 막 사랑받는 느낌이 들고 그랬어. 버피에게도 그런 기분 좋은 감정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엄마랑 아빠는 버피가 오기 한 달 전까지 사실 막 이렇다할 물건을 많이 사지 않았어 ㅋㅋ 그런데 몇 가지 중요한 물건들은 필요했지. 그 중에 하나가 소파를 바꾸는 거 였어. 개털도 많이 묻고, 손받이 부분은 어떻게 세척이 안되어서 고민이 많이 되는 바람에 이케아에서 쇼파를 사려고 했는데 아빠가 어디서 쓱쓱이를 가져오더니 열심히 여기저기 닦더라고!
삼십분을 열심히 닦아내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그랬더니 쇼파가 말끔하게 깨끗해졌고 엄마나 아빠나 돈 굳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지, 뭐야. 엄마랑 아빠는 버피가 오기 전에 이런 소소한 것들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어.
사진에는 담지 못해지만 아빠의 소중한 고등학교 친구들 덕분에 예쁜 버피 서랍장도 생겼단다. 육아맘 필수템으로 항상 언급되는 한샘키즈장을 선물 받았는데, 이제 슬슬 이 곳도 버피의 물건들로 채워지겠지? 빨리 버피 물건들로 채워보고 싶다!
요즘도 역시 덕춘이 누나는 엄마를 많이 챙겨주고 있어. 아마 버피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거겠지? 밤새 엄마의 등 뒤를 지켜주거나 산책 중에도 엄마를 그렇게 지켜주더니, 엄마랑 아빠가 일할 때 항상 이불에 코를 박고 잠을 자더라고. 이럴 때 보면 가끔 안쓰러워.
아빠의 요리 실력을 가득 맛봤던 임신 35주차였어. 코스트코라는 대형 마트에서 어묵을 1.5kg를 사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엄마랑 아빠는 두 끼니 만에 다 먹어버렸단다! 엄청나지? 버피도 이 날 엄청 행복하고 배부르게 먹었겠지? 그래도 버피 먹는다고 외할머니가 싸준 다시마와 멸치, 고춧가루로 맛있게 맛을 냈어. 보기에는 뭔가 엉성해보이지만 엄마랑 아빠 요리는 늘 맛있단다.
임신 후기에 곧잘 임신 초기의 입덧이 오는 산모들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닌가 봐. 엄마의 식욕은 엄청 왕성해졌어!
임신 35주차 4일째, 그러니까 목요일에 아빠는 오후 반차를 내고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에 들렸어. 이 날은 임산부 막달검사를 하는 날이야. 임산부 막달검사란 보통 출산 한 달 전에 하는 검사인데 소변검사, 혈액검사, 태동검사, 심전도 검사 등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해. 혈액검사를 하는데 피를 엄청 많이 뽑아서 놀라긴 했는데 우리 건강을 위해 검사하는거니까! 막달검사 비용은 11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는데, 다른 병원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엇비슷한 가격대라 안심했어.
제일 신기했던게 태동검사였는데 버피의 심박수가 올라가면 자궁수축하는 정도도 같이 올라가더라고! 출산 브이로그를 보니까 진통이 심할 땐 막 자궁수축의 정도가 100도 찍던데... 그 날이 되면 엄청 무섭고 엄마도 혼란스럽겠지? 아냐, 그래도 엄마는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심전도 검사의 경우 정상이긴한데 모양이 안이쁘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어서 조금 걸리긴 하는데, 정상이라고 하니! 너무 맘쓰지 않으려고! 지금 버피의 태동이 건강함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알 수 없는 종이를 들고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으러갔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
맙소사.
갑자기 버피의 머리가 커져버렸어. 무려 3주수나 큰 사이즈라서 10cm를 넘으면 엄마는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해야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 원래 마지막 달에 아기가 마구마구 큰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마구마구 클줄은 엄마는 진짜 진짜 몰랐는데 T_T..
그렇다고 막 엄 - 청 많이 먹은 것 같진 않은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아기 머리가 크면 클수록 엄마가 아기를 낳기가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선생님이 엄 - 청 강조해주셨어. '운동,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하셔야 해요!' 라고 해주시는 것 있지. 아기가 더 커지기 전에 유도분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어. 그럼 우리가 만나는 날 보다 조금 더 빨리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버렸어.
안그래도 35주차 들어오고나서 운동을 아주 조금 게으르게 했는데 이걸 어떻게 아신걸까? 다시 엄마는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어. 그래서 이번주에 하루이긴 하지만 아침 요가를 강하게 하기도 했고, 강건이형과 함께 산책도 하루 1시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단다! 처음에는 엄마가 막 열심히 걷고 배가 땡기거나 아프거나 생리통 느낌이 나면 버피에게 안 좋은 것 아닐까? 고민했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
"다 좋은 증상이고, 상관없으니 배땡김은 무시하시고 열심히 운동하세요." 라고.
그래서 진짜 신경 하나도 안 쓰고 열심히 운동 중인데, 요즈음의 버피는 괜찮겠지?
별안간 이번주도 덕춘이가 엄마에게 여러번의 웃음을 줬어.
버피도 빨리 태어나서 같이 이 즐거운 순간들을 느꼈음 좋겠다.
버피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아빠와 함께 빵 터진 순간이 있었는데 이 수치들을 보고나서 그랬어 ㅋㅋ 세상에 머리는 엄 - 청 큰데 다리는 길쭉길쭉한 모델에다가 복부 둘레는 엄 - 청 좁더라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머리둘레와 허벅지 길이는 남들 보다 3주나 앞서가는데 복부둘레는 무려 3주나 늦은 편이라고. 정말 그렇더라고!
웃으면서 버피는 멋진 모델이 되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머리 크기가 엄청 크잖아!
엄청 똑똑한 아이가 태어날거라고 엄마는 지레 짐작하고 아빠와 함께 웃어 넘기기로 했어 ㅋㅋ 그리곤 아빠는 심술궂게도 "역시 머리는 여보를 닮았나봐. 나는 머리가 작은데." 라며 놀리기도 했어ㅋㅋㅋ
머리 크기가 급 커져버린 임신 35주차지만, 검색해보니 170cm가 넘는 키 큰 산모들은 속골반이 넓은 경우가 많아서 자연분만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엄마는 잘 할 수 있겠지? 다담주에는 떨리고 떨리는 '내진'을 하는 날인데, 엄마는 잘 할 수 있겠지? 버피를 만나는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진짜진짜 실감이 조금씩 나는 것 같아.
빨리 오늘 일기를 마무리하고, 또 운동을 나가야겠어!
버피야, 엄마랑 아빠랑 강건이 형이랑 덕춘이 누나랑 같이 힘내서 언능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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